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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루소와 몽테스키외

news8847 2025. 6. 9. 06:56

우리는 왜 더 풍요로워졌지만, 더 분열되고 불안한가?

 


 

우리 사회는 압축 성장의 과실 이면에 깊은 그늘을 안고 있다.

각종 지표는 사회 곳곳의 균열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한국인이 가장 큰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투명하지 못한 정부 운영’이며, ‘소득 양극화’는 수년째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자산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이며, 소득 격차는 건강수명의 차이로까지 이어진다.

미래에 대한 전망 역시 어둡다.

노력하면 계층이 상승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으며, 이는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정치, 사회, 세대 간 갈등으로 확산하며 공동체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단순히 정책의 실패를 넘어선다.

이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야 할 암묵적인 사회 계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루소는 국가가 모든 구성원의 공동 이익(일반의지)을 실현하기 위한 계약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는 과연 공동의 이익을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루소의 경고처럼 "언제나 강자와 부자들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지는 않은가.

 

여기에 몽테스키외의 통찰을 더할 수 있다.

그는 정치 체제가 부패하는 것은 그 본성과 원리가 분리될 때라고 진단했다.

민주공화국의 핵심 원리는 시민적 덕성, 즉 평등에 대한 사랑이다.

여기서 평등은 모든 것을 똑같이 나누는 극단적 평등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공동체에 헌신하는 ‘절제된 평등’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공동체의 가치보다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는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몽테스키외가 경고했던 것처럼, 시민들이 위임한 권력마저 부정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하려는 ‘극단적 평등’의 정신은 오히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전제정치로 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권력 분립이라는 제도의 틀은 존재하지만, 그 제도를 움직이는 시민적 덕성과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절망적인 진단 속에서도 희망은 문제의 원인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 계약이 시민들의 동의에 기반하듯, 그 계약을 바로 세울 힘 또한 시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루소는 인간이 사유재산으로 인해 불평등에 빠졌지만, 새로운 사회 계약을 통해 잃어버린 자유와 평등을 사회적 자유로 복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즉,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이성적, 자발적 존재라는 것이다.

 

몽테스키외 역시 현실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각 사회의 풍토와 국민성에 맞는 ‘절제된 정부’와 법 제도를 통해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사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제약 속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우리에게는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원칙과 제도가 있으며, 이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강력한 도구다.

 

 


해결의 첫걸음은 루소의 제안처럼 일반의지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익, 즉 공공선을 향한 의지를 되찾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영 논리와 사적 이익을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갈 공동의 목표에 대한 깊은 숙고와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시민 각자가 공동체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시민의 덕을 함양할 때 가능하다.

 

다음으로 몽테스키외가 강조한 권력 분립중간 권력의 원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은 물론, 언론,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 등 중앙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중간 권력’이 건강하게 작동해야 한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를 낳고 사회 계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제도의 재정비와 함께,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절제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백 년 전 프랑스 사상가들의 낡은 이론이 21세기 한국 사회에 정말 적용될 수 있는가?"

하지만 그들의 사상은 특정 시대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원리를 담고 있다.

루소의 인민주권 사상과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 원칙은 프랑스 인권 선언과 미국 헌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는 대한민국 헌법을 비롯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적 토대가 되었다.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은 루소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다.

정부 조직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눈 것 역시 몽테스키외의 이론에 빚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사상을 살펴보는 것은 낡은 이론의 학습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기본 원리를 다시 확인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다

 

 


이 글의 사상적 기반은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두 거인, 샤를 드 몽테스키외와 장 자크 루소에게서 나왔다.

 

샤를 드 몽테스키외(1689~1755)는 귀족 가문 출신의 법률가이자 정치사상가다.

대표작 《법의 정신》에서 국가의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누는 삼권분립을 주장하며 근대 헌정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면 반드시 부패한다고 보고, 법이 각 사회의 기후, 풍습, 종교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 현실주의적 관찰자였다.

그의 사상은 미국 헌법과 프랑스 혁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한 정부 형태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제네바 출신의 사상가로, 평등과 자유를 외쳤다.

대표작 《사회계약론》에서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어디에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는 유명한 말로 시작하여, 국가의 주권은 양도할 수 없는 인민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직접 민주주의를 옹호했다.

또한 교육서 《에밀》을 통해 자연주의 교육을 주장하는 등 철학, 정치, 교육, 문학 등 다방면에 걸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사상은 프랑스 혁명의 급진적인 이념을 제공했으며, 칸트 같은 철학자부터 톨스토이 같은 문학가에게까지 깊은 영감을 주었다

 

 


관련 추천 도서 및 영화

  • 도서 《에밀》 (장 자크 루소 저): 루소의 교육 철학서로, 한 아이를 가상으로 키우면서 자연스러운 성장을 통해 어떻게 덕성을 갖춘 시민을 길러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근본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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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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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 《법의 정신》 (몽테스키외 저): 방대하고 난해할 수 있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권력분립과 법치주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근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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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신 | 몽테스키외 - 교보문고

법의 정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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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단통> (1983년 작): 프랑스 혁명이 과격해지던 시기, 로베스피에르의 공포 정치를 다룬 영화. 루소의 ‘일반의지’가 어떻게 왜곡되어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덕성을 앞세운 혁명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보여준다.
https://deep.wavve.com/content/MV_CL01_JY000001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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