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좋은 습관마저도 결국 또 다른 감옥이 되는 걸까?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습관들로 촘촘히 짜여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하고, 같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정해진 루트로 출근하는 모든 행동이 자동화되어 있다.
이런 패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사회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습관의 기계로 만들어가고 있다.
생산성 앱들은 더 많은 루틴을 만들라고 부추기고, 자기계발서들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따라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에 있다.
운동 습관은 좋고 게임 습관은 나쁘다고 단순히 분류하지만, 둘 다 본질적으로는 같은 메커니즘이다.
자극에 대한 자동적 반응, 의식적 선택의 부재, 현재 순간으로부터의 도피
습관의 진짜 문제는 우리가 깨어있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상관없이, 습관은 우리를 무의식 상태로 이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자동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현대 사회의 속도와 복잡성이다.
너무 많은 정보와 선택지 앞에서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자동화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의지를 잃어버린다.
해탈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은 단순히 나쁜 것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모든 자동적 반응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태다.
실제로 명상이나 마음챙김 같은 수행법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뇌 가소성 연구에 따르면,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자동화된 신경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습관을 바꾸려 하지 말고, 습관이 일어나는 순간을 관찰하는 것이다.
자동으로 휴대폰에 손이 가는 순간, 스트레스받을 때 특정 행동을 하는 순간을 그냥 지켜보는 연습이다
디지털 디톡스도 중요한 실천법이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서 모든 자동화된 자극을 차단하고, 현재 순간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아무 계획 없이 살라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해탈은 무계획이 아니라 순간순간 깨어있는 선택을 의미한다.
습관에 의존하지 않고도 필요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들을 연구해보면, 그들은 고정된 루틴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보인다.
스티브 잡스나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들도 정해진 습관보다는 직관과 현재 상황에 따른 선택을 중시했다.
"좋은 습관도 나쁜 건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와 구속의 문제라고 답할 수 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운동을 습관화하면, 결국 운동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또 다른 집착이 생긴다.
진정한 자유는 필요할 때 운동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