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식은 과연 세계의 본질을 포착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직 자신의 눈에 비친 그림자만을 보는 것인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 인간은 과학 기술과 빅데이터를 통해 모든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는 마치 절대적인 진리를 손에 쥔 듯 행동한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의 이성이 종종 오류를 반복해왔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18세기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경고한 것처럼, 이성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때 위험한 환상에 빠진다.
오늘날 사회적 갈등과 정보 과부하는 인간의 인식 체계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콘텐츠만을 노출시켜 편향된 현실을 생성한다.
이는 칸트가 말한 '우리의 인식 구조가 현상을 구성한다'는 주장을 현대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문제의 근원은 인식의 주관성을 외면한 채, 객관적 진실이 존재한다는 맹목적 믿음에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칸트의 비판적 사고는 인간 이성이 경계 없이 확장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합리성을 통한 진보의 길을 제시했다.
마치 의학이 면역체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백신을 개발하듯, 우리도 인식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창의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학제적 연구가 활발해지는 것이 그 증거다.
해결의 첫걸음은 자기 성찰이다.
매일 10분이라도 자신의 생각이 어떤 선입견이나 감정에 휘둘렸는지 질문해보자.
두 번째는 대화의 확장이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우리의 인식 구조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교육 시스템이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답을 알려주기보다,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나는 오늘부터 나의 인식 한계를 인정하는 연습을 시작한다.
커피숍에서 옆자리의 정치적 논쟁을 들을 때, 내가 그들의 주장을 편견 없이 이해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SNS에서 반대 의견이 보이면 일단 '이 사람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라고 고민해볼 것이다.
작은 실천이 쌓이면, 결국 더 넓은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